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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원정 등반대의 의료계획에 대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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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연맹 작성 2,81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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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원정 등반대의 의료계획에 대한 조언(글: 조대행)

대원으로서 의사 또는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포함된 원정대에서는 의료부문의 계획 및 준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의료대원은 대원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응급상황에 대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등반대원들은 심리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는 상태에서 등반에 몰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정대에서는 의사 또는 의료인을 동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원정대의 경우, 의료분야에 대한 문제가 고민거리의 하나로 남아있게 되는데, 필자는 해외원정대의 의료계획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일단 대원이 선발되면 원정대가 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가 기본적인 몇 가지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는 일이다. 이것은 원정대를 위하여 또 본인을 위하여 필요하며, 꼭 시행되어야 한다.

기본적인 검사로는 ①흉부 X-선 ②복부단순촬영(KUB) ③간기능 검사 ④심진도 검사가 있으며 혈액 및 뇨검사와 치과 검진을 추가로 받으면 더욱 좋다.

첫 번째의 흉부 X-선 검사는 폐의 질환 유무를 판별하는 것으로 상당히 중요하다. 국내 등반시에는 별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약간의 폐질환(기관지염)이라도 4,000m 이상의 고소에 노출되면 저산소 상태에서 급격히 악화되어 폐염으로 전환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0년대 초, 히말라야 등반대에서 폐질환(폐결핵?)이 있는 사람이 대원으로 선발되어 간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불을 보듯 확실하였다. 그 대원은 고소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생사기로에서 위험한 고비를 수없이 넘겨야 했을 뿐만 아니라, 등반대는 그 대원의 후송으로 등반에 차질을 일으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둘째, 복부단순촬영(KUB)은 담낭결석, 신 및 뇨관결석 등의 유무를 판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담낭이나 뇨로계통의 결석은 극심한 통증을 나타내며, 진통제로도 증상을 완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사전에 꼭 검사를 받도록 한다.

셋째, 간기능 검사는 간기능의 이상유무와 간염에 대한 면역성 유무를 알아보는 것이다. 간염에 대한 면역이 없으면 ‘간염백신(헤파박스)을 접종한다. 1970년대 일본의 히말라야 원정대에서도 캬라반 도중 대원이 간염에 걸려 사망한 경우가 있다.

넷째, 심전도검사는 심근경색 등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알아내는 것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 심전도에 약간의 이상이 있으면 등반 전 심장기능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도록 한다.

추가로 혈액 및 뇨검사를 하고 치과에 가서 충치 및 풍치에 대한 검진을 받도록 한다. 고소에 노출되면 치통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출국 전에 치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등반 5개울 전에는 간염, 콜레라, 장티브스, 파상풍 등에 대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의료장비와 의약품
원정대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의약품의 종류 및 물량은 원정대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등반기간 중 현지 고용인(셀파, 포타)의 건강도 돌보아야 하며, 이들이 질병에 걸리면 치료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의약품의 준비시 사전에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등반지역의 풍토병(말라리아 등)도 미리 알아보고 그에 대처해야 한다.

약품의 준비는 그 사용법, 적응증, 사용량, 부작용 등, 취급하는 방법을 확실히 표시하여 어느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한다. 카라반 중 사용할 의약품은 운반하기 편하고 방수에 잘 견디도록 해야 하며, B.C 이상에서 사용할 의약품은 박스에 잘 포장하여 수송도중 파손되지 않도록 한다. 유리병에 들어있는 약들은 가급적 플라스틱 병에 옮겨 넣도록 하고, 수액(링게르)도 유리병보다는 플라스틱 용기에 들은 것으로 준비하도록 한다. 준비하여야 할 의약품의 품목은 대개 ①진통제 ②항생제 ③수액제 ④위장관계열 ⑤기타내복약 ⑥외용제 등으로 나뉜다.

▶진통제
진통제는 필수적으로 준비하여야 될 품목으로, 심한 통증에는 ‘코딘’, ‘몰핀’과 같은 약제가 사용되고 일반적으로는 ‘데메롤’ 50mg을 근육주사한다. 상품화된 진통제로는 ‘스탈긴’과 ‘누바인’등이 있으며, 이들은 1 앰플씩 주사용으로 되어 있어 정맥주사나 근육주사로 사용한다.

최근에 사용되는 강력한 진통제로 ‘부프레놀핀 타블렛’(Buprenorphine Tablet)이라는 작은 알약이 있는데, 이 약은 국제협약에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국경을 넘어 가져갈 수 있고, 흡수를 촉진시키기 위해 혀 아래에 넣고 녹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 10분 안에 약 효과 나타난다. 같은 회사제품으로 ‘부카스터(Buccaster)’라는 약이 있는데, 이 약도 혀 밑에서 녹아 흡수되며 다른 진통제의 부작용인 구토를 예방한다. 그러나 ‘부프레놀핀’이나 ‘부카스터’는 국내에서 구입하기 힘든 단점이 있고,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정제 진통제로는 ‘MC 콘틴’이 있다.
진통제로는 ‘바랄길’과 ‘부스코판’이 흔히 사용된다.

진통, 해열제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은 ‘아스피린’이고, 종종 ‘아나신’ ‘타이레놀’ ‘로날’과 같은 약제들도 사용된다. 이 약제들은 해열, 진통, 소염작용을 하며, 두통에도 효과가 있다.

▶항생제
항생제는 1주일 이상의 등반시 휴대해야 하며, 보통 5가지 계열로 나뉜다.

첫째 세파로스포린(Cephalosporines) 계열에 속하는 약으로는 ‘세포비드’ ‘세파메친’등이 있으며 효능은 좋으나 원정대용으로는 너무 비싼 게 흠이다. 그러나 페니실린에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약의 사용을 권하고 싶다.

둘째, 페니실린 계열은 과민반응만 조심하면 사용이 무난하고, ‘아목사실린’과 ‘펜브리친’등이 위장관의 장애를 일으키지 않아 복용하기에 편하다.

셋째,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s)계열의 ‘바이브라 마이신’ ‘미노신’은 단가가 약간 비싼 편이나, 하루에 1-2캡술 복용으로 용량이 적어 편하다.

넷째, 크로람페니콜(Chloramphenicol)계열의 ‘헤로세친’은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장티브스에 특히 유효하고 현지 고용인들의 염증치료에 적합한 약제로 사료된다.

다섯째, 썰포나미드(Sulfonamide)계열에는 ‘박트림’ ‘가트리신’ 등이 있다. 이 ‘썰파’계열의 약들은 대부분은 고소에서 혈액 용해율이 떨어지며, 신세뇨관에 칼슘 이온을 침전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가급적 사용을 안 하는 게 좋다. 또한 부작용으로 위장관 장애를 잘 일으킨다.

▶수액제
대원 중에 한 두 사람을 선발하여 정맥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수액제는 병에 들어 있으나 가급적이면 플라스틱에 들은 것으로 구입하도록 한다. 종류로는 5%포도당, 10%포도당 및 생리식염수와 하트말 용액이 있다.

일반적인 탈수 및 탈진상태에서는 포도당 용액과 생리식염수(0.9%)를 주로 사용하며, 설사에 의한 탈수에는 생리식염수와 하트말 용액을 사용한다.

이 수액제의 대체품으로, 물에 첨가할 수 있는 포도당과 소금으로 합성된 ‘ORS가 있다. ORS의 처방은 20mg의 포도당과 3-5mg의 소금알약, 2.5mg의 소다와 1.5mg의 칼륨염화물을 혼합하여 1ℓ의 물에 첨가하는 것이다.
보통 탈수의 주 요인은 과도한 발한과 설사, 고소장애에 의한 심한 구토 등인데, 이런 경우 충분한 수분섭취만으로도 해결된다.

식중독으로 복통과 설사가 같이 동반된 경우에는, 장의 휴식을 위해 하루나 이틀정도 금식을 시키고 수액을 공급한다. 이때 진통제와 항생제는 투여하나, 지사제는 설사가 어느 정도 멈출때까지 약 2-3일간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체내에 남아있는 독서를 완전히 배출시키기 위함이다.

우리가 손쉽게 현지에서 만들 수 있는 이상적인 수액은 끊인 물 1ℓ에 2스푼의 설탕, 또는 꿀과 1/2스푼의 소금을 혼합하면 된다.

현지에서 심한 설사를 초래할 수 있는 질환으로 식중독과 이질, 콜레라, 세균성 장염 등을 생각할 수 있다.

87년 동계 때, 부산 대륙산악회의 칸첸중가팀에서 심한 설사와 혈변으로 한 대원이 후송되는 도중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질이나 콜레라로 인한 심한 탈수 및 탈진상태에서 무리하게 후송하다 일어난 사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경우, 환자를 절대 안정시키고 충분한 수액을 공급하였다면 최소한 생명은 충분한 수액을 공급하여다면 최소한 생명은 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어 아쉬움이 크다.

▶위장관 계열
위장관 계열에 속하는 약품으로는 소화제, 제산제, 정장제, 지사제, 완화제가 있다. 4,500m 이상의 고소에서는 소화기능이 저하되며, 특히 6,500m 이상이 되면 단백질 흡수에 장애를 일으킨다. 그래서 등반기간 동안 B.C의 식당캠프에는 ‘원기소’또는 ‘에비오제’와 같은 소화제를 다량 준비하여 두고 매 식후에 한줌씩 집어먹도록 하면 좋다. 약간 비싼 소화제로는 ‘판크레온 F ‘훼스탈’ ‘아진탈’ 등이 있다.

B.C이상의 등반은 보통 새벽 2-3시에 기상하여 운행하게 되므로 위산분비가 과다하게 되어 속쓰림을 느끼는 대원들이 많다. 따라서 이를 방치하면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투여하는 제산제로는 ‘복합 아루사루민’ ‘알마겔’ ‘겔포스’ ‘미란타’등이 사용된다.

‘복합 아루사루민’과 ‘알마겔’ ‘탈시드’ 등은 정제로 휴대가 간편하다. 그러나 ‘겔포스’와 ‘미란타’의 경우, 젤 타입은 동계등반시 얼어서 사용하기 불편하다.

이러한 제산제들은 대부분 변비를 일으키므로 정장제 또는 완화제를 같이 쓰도록 한다. 정장제로는 ‘정로환’과 ‘미아리산’이 있다. 이것은 소화흡수 능력을 도와주며 장운동을 촉진시켜 변비를 도와주고 장운동을 촉진시켜 변비를 없애준다.

지사제로는 ‘로페틴’ ‘후라베린-큐’가 있다. 특히 ‘로페린’은 효능이 좋으며 캡슐로 되어 있어 휴대하기 편하다. 완화제로는 ‘둘코락스’가 있으며 내복용과 좌약용이 있다.

▶기타 내복약
고소에서는 감기에 한 번 걸리면 잘 낫지 않고 오래 지속되어 기관지염 또는 폐염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기침, 감기가 심해지면 편도선염을 동반하는 수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항생제와 해열진통제 및 제산제를 함께 복용하도록 한다.

또한 감기가 오래 지속되면 목이 쉬고 아플 수가 있다. 이때는 증상의 완화를 위해 ‘오랄트로키’또는 ‘미롤 트로키’를 사용하다. 감기는 등반기간 중 거의 전대원이 한 두 번은 경험한다고 보아야 하다. 그래서 기침감기, 콧물감기 등에 대해 미리 조제약을 따로 준비하면 편하다.

장기간 등반할 경우에는 비타민의 결핍이 올 수 있다. 특히 비타민 C의 결핍이 심각하므로 가능한한 신선한 채소를 많이 섭취하도록 노력한다. B.C이상에서는 전 대원이 ‘삐콤씨’와 ‘종합비타민’을 매일 복용하도록 한다.

고산병 예방제로는 ‘다이아 목스’를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고소장애로 생기는 두통을 치료하는데 ‘아나신’과 ‘타이레롤’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고산병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가능한 한 빨리 고도를 낮추는 일이다. 산소공급과 ‘라식스’, ‘프루세미드’와 같은 이뇨제의 투여, 스테로이드 제제인 ‘텍사메타손’의 투여는 고소증상을 개선시키는데 상당히 도움을 준다. 최근 개발된 고산병 치료기구로 ‘가모우 백’이 있다.

▶외용제
설맹에 걸린 경우에는 ‘0.5 테트라케인’ 안약이나 ‘호마트로핀’ 안약이 유용하고, 햇빛의 강력한 자외선에 의한 얼굴화상이나 입술의 화농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데에는 항생제 안연고나 립제리를 도포한다.

캬라반 도중에는 ‘진드기’ ‘이’ ‘벼룩’ ‘빈대’ 등 벌레에 물리지 않도록 유의하여 한다. 재수가 없으면 ‘발진티브스’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살충제’를 준비하고, 벌레에 물린 경우‘계관’을 도포한다. 계관이 없으면 암모니아수(오줌)를 바른다.

코감기에 걸려 코가 막힌 경우에는 코로 흡입하는 ‘베로텍’을 사용하여 호흡에 장애가 없도록 한다. 5,000m 이상의 고지는 공기가 희박하고 저산소 상태인데, 호흡마저 곤란해지면 생체가 요구하는 산소량이 부족하여 쉽게 고소병에 걸리게 된다.

근육통이 생긴 경우에는 ‘안티푸라민’과 ‘제놀스틱’ ‘파스’ 등을 사용하며, 일회용 반창고를 대, 중, 소로 다량 준비하면 사용용도가 많아 효과적이다.

<올린이 : 장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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