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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차 원정대 훈련(2006. 2.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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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차 훈련등반 보고 (2.18-19) 기록 : 김대량
기간 : 2006년 2월18일 - 19일 (1박2일)
코스 : 어리목-윗세-어리목(1박), 남어리목골-만세동산-어리목
대원 : 장덕상, 김대량, 변치우, 김민호


2월 18일 토요일 맑음
오후2시 연맹 사무실로 집결했다. 이번 훈련에는 성규형님과 상수가 서울 원정업무 출장 때문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대원이 조촐(?)한데 오늘따라 그 분위기가 더한 것 같다.
장비라고 해야 크게 따로 챙길 것은 없지만, 장비를 챙기고, 쇼핑은 가는 도중에 하기로 하고, 2시 10분경 사무실을 출발했다. 노형 E마트에 들러 간단하게 쇼핑을 하고, 3시40분 어리목에 도착했다. 우리 안전대 사무실에 잠시 들러서 쇼핑한 식량을 놓고, 윗세오름을 갔다가 오기 위하여 아이젠을 착용했다. 장덕상 대장님 말씀인즉, “뒷사람 생각하지 말고, 윗세오릉까지 전력 질주 하는 걸로 하자”
4시10분 준비가 되는데로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맨후미로 내가 출발을 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출발이 완만한 평지여서 그런지 운행속도가 무척 빠르다. 계곡을 지나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 나도 조금씩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저 멀리 앞에 치우와 장덕상 대장님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민호는 보이지 않았다. 치우와의 거리가 좁혀 지면서 장덕상 대장님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 잠시 후 치우를 앞지르고, 대장님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걷기 시작했다. 송덕수를 지나면서 대장님을 뒤로하고, 걷는데 숨이 가쁘기는 여전하다.
4시 54분 숲지대를 지나 사제비 약수터다. 평소 같으면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이라도 고를 터인데 계속해서 운행했다. 그제서야 저 멀리 민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뛰면 모를까 앞지르기는 무리인 것 같아서 현상 유지하며 걸었다. 대장님도 오르막은 조금 뒤로 쳐지다가 평지가 나오면 속도가 무지하게 빨랐다. 그렇게 만세 동산에 다다랐을 때 어디서 왔는지 외형이 시베리안 허스키를 너무나 닳은 개 한 마리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손을 내밀자 가만히 머리를 내미는 것이 야생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고 출발하여 5시 36분 윗세오름에 도착했다. 생각만큼 빠른 운행이 아니었지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동진 형이 건네는 따뜻한 밀크 커피 한잔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뒤이어 치우가 도착하고, 시계를 보니 50분,
민호는 1시간20분 나와 장덕상 대장님은 1시간25분, 치우는 1시간 45분이 소요되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얘기를 나누는데, 동진이 형이 다음주 일요일에 결혼식을 한단다. 날짜가 4월로 잡혔다가 앞당겨 졌다면서...
오후 6시, 어리목으로 내려가려고 산장 문을 나섰는데, 아까 보았던 허스키를 닳은 개가 앞으로 다가왔다. 서로 입을 모아 잘생겼다며 한마디씩 했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나 아직까지 사람을 따르니 길러도 되겠다고, ... 우리는 개를 곁에 두고,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하고, 어리목으로 향했다.
 

오후 7시, 어리목에 도착했다. 사무실로 이동하여 저녁식사 준비와 함께 사무실 정리를 했다. 지난 폭설 때 한쪽 지붕이 내려앉아 천정이며 바닥이 엉망이다. 서로 말없이 한참을 정리 하고나니 제법 깨끗해진 분위기다. 대장님이 한참 전부터 난로와 씨름인데, 점화가 되지 않는다. 민호가 가세해 난로를 수리한다고 분해를 시작했다. 분해를 하고, 한참이 지나도 난로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저녁식사가 다 되어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오늘 저녁으로 백숙을 했는데, 아주 먹음직스럽다. 우선 저녁식사부터 하기로 하고, 식사를 하는데도 대장님은 틈만 나면 난로의 점화 버튼을 누른다. 안되는 건 여전하다. 식사 후에는 모두가 모여 들었지만 작동이 되지 않아 결국에는 조립으로 마무리 했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둘러앉았다. 대장님으로부터 각자의 원정에 대한 업무분담의 처리과정과 그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 받으며, 술 한 잔을 주고받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모두 좋은 꿈 꾸십시요...


2월 19일 일요일 흐림
새벽 4시 핸드폰의 알람이 단잠을 깨운다. 민호가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조용히 나섰다. 민호는 오늘 일직 근무로 출근을 하는데, 자청해서 회사로 가기 전에 윗세오름까지 갔다 오겠다며 나서는 것이다. 문을 열고 나서는 민호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침낭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금방 올 것 같던 잠이 오질 않아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잠이 들었다.
6시 기상, 잠자리를 정리하고 치우와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그 사이 대장님이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면서 연신 휘파람이다. 간밤에 좋은 꿈이라도 꾸셨는지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아침은 어제 남긴 닭죽과 함께 김치찌개를 끓였다. 6시 25분, 민호가 온몸에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들어섰다. 머리에는 땀방울이 대롱대롱이다. 아무튼 전력을 다해 윗세오름까지 올라가는데 1시간10분이 소요 되었단다. 식사를 마치고, 민호는 바로 내려가고, 대장님과 치우 그리고 나는 배낭의 짐정리를 새로이 하고,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7시40분, 모든 준비를 마치고, Y계곡 초입에 들어섰다. 지난번 훈련 때 보다 훨씬 가벼워진 배낭에 몸은 가벼웠으나, 발걸음이 무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 . 가끔 우리의 발길을 잡는 것이 있다면 쓰러진 나무뿐 인데, 서로 아무 말없이 Y계곡 수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 외에는 아무런 기척도 흔적도 없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어느새 수원지, Y계곡 갈림길이다. 여기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우측 길을 택했다. 그리고 다시 침묵의 산행이 시작 되었다. 간혹 가다가 외마디 건네는 말뿐... .
시간이 지나고, 고도가 오르면서 안개가 발 아래로 떨어지더니 사방이 밝아짐과 함께 주변 경관이 드러나면서 시야가 넓어지더니 막혔던 그 무언가가 뚫리듯이 마음이 뻥 뚫렸다. 정말 뭐라 표현 못할 그 무언가 와 닿는 듯 했다. 이후로는 흐르는 땀방울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9시 20분, 만세동산 밑에 도착했다. 배낭을 내리고 앉아 펜과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때, 뒤 따라온 장덕상 대장님이 밝은 미소와 함께 건네는 말, 야! 김대량 여기가 어딘 줄 아냐? 의도를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 “모르겠습니다.” 했더니, 어딘 줄도 모르면서 어떻게 기록하냐? 하면서, “여기는 남어리목골 만세동산 바로 밑이다. 그리고, 저쪽은 동어리목골 이다.” 라고하며, 위치 설명을 해주셨다. 그리고, 보통 여기를 Y계곡이라 하는데, “丫” 글자를 쓰시면서 무슨 글자인지 아냐고 했다. 역시 모른다고 했더니, 한문에서 갈아질 아(丫)자라며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알파벳의 Y하고는 틀린 것이고,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골”인 것이다. 라고, 얘기 하면서 중간에 잠깐 작은 폭포를 올랐는데, 그곳은 “문주담”(文珠潭) 이라며, 오래전에 어떤 사진첩에서 본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잠시 지역 명칭에 대한 얘기와 함께 찐 감자로 간식을 대신하고, 만세동산으로 이동했다.
대장님이 이번 훈련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일찍 내려가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훈련은 외로운(?) 훈련이 아닌가 싶다. 산을 뒤로 하고 내려오면서 이번에는 민대가리 동산을 가리키며 저기는 어디냐 하고 묻길래 아는 그대로 얘길 했더니 웃으시며, 하는 말 일팔육(一八六) 고지라며, 다시 한번 웃으셨다. 내용인즉슨 일팔육을 한문으로 써서 조합해 보라며... “一八六 ⇒ × ” 언젠가 선배님으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있기는 했는데, 오늘 또 새롭게 들린다.
10시 20분, 어리목에 도착해 사무실에 들러 정리를 다시하고 훈련을 종료했다. 오는 길에 대장님은 집에 내려 드리고, 치우와는 연맹 사무실에 들러 로프와 스노우바를 갖다 놓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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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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